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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아티스트를 본적이 있는가? 본적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수도 있다. 실제 꽤 오래전 아담 이라는 비쥬얼 가수가
가요 프로그램에 나와 MC 들과 대화를 하고 노래를 부르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오그라들기만 한다..
몇집까지 냈던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어떻게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아무튼 잠시 반짝 사라진 아담과는 비교할수도 없는
가상의 아티스트가 있으니, 바로 그래픽 캐릭터 멤버들로 구성된 가상의 밴드 고릴라즈 (Gorillaz) 이다.
언뜻 가상의 밴드라는 말이 잘 와닿지 않을수도 있지만, 쉽게말하면 밴드의 각각의 역할은 나누어져 있지만, 실제로 그 역할들을 하는
실존인물들은 없고, 한명의 아티스트가 모든 부분을 작업하고, 그 부분들이 합쳐져 하나의 곡이 나오는, 뭐 그런 식이다.
고릴라즈는 영국의 밴드 블러(Blur) 의 프론트맨인 데이먼 알반 (Damon albarn) 과 카투니스트 제이미 휴렛 (Jamie Hewlett) 이 각각
음악적인 부분과 비쥬얼적인 부분을 담당하며 만들어진 프로젝트 그룹이다.
한가지 놀라운건 이 밴드가 데뷔한지가 벌써 10년이고, 이번에 발매된 The Fall 앨범이 데뷔 10년을 기념하는 앨범이라는 점이다.
앞서 말한것처럼 데이먼 알반 이 음악을 만들고, 제이미 휴렛이 가상의 밴드 각각을 창조해내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것이다.
상당히 자극적인 홍보 문구이긴 한데, 눈길을 끄는건 바로 이번 앨범이 아이패드를 이용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이 점은 또한 이번
앨범이 고릴라즈의 북미 투어 중에 작업했던 곡들의 모음집이라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즉 녹음실에서 제작된 트랙들이 아닌,
투어 공연 중 짬짬이 쉬는시간을 이용해 아이패드로 만들어진 곡이라는 점이 상당히 놀라운 점이라고 하겠다.
아이폰을 비롯해 아이패드까지, 스마트 라는 영역이 음악을 포함한 예술적 장르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점을 다시한번
확인할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할수 있겠다.
아이패드로 제작된 트랙들, 그것도 북미 공연중이라는, 어찌보면 상당히 피곤할수 있고 집중하기가 힘들었을 그런 상황에서 만들어진
트랙들이기에, 사실 씨디를 플레이하기 전까지 완성도에 대한 의구심을 버릴수 없었던건 사실이다.
씨디를 플레이하자 마치 고릴라를 연상시키는 비트가 흐르는데,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사용해보았을
Groove Maker 류의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누구라도 만들수 있을법한 단조로운 비트가 반복되며, 그 사이사이로 알수없는 기계음들,
동글뱅이가 돌아가는듯한 정체를 알수없는 소리들이 추가된다. 춤을 추기에도 어설프고, 그렇다고 잠들기위해 듣기에는 더더욱 어색한,
도대체 이 밴드의 정체가 무엇인가 라는 의구심을 던지게 했던 첫번째 트랙 "PHONER TO ARIZONA" 가 끝남과 거의 동시에,
두번째 트랙인 "REVOLVING DOORS" 로 이어진다. ( 사실 명확한 트랙의 구분 없이 MUTE 되며 두번째 트랙이 이어진다)
이번 트랙은 첫번째 트랙에 비해선 제법 밴드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보컬이 추가되어서일까 코러스가 추가되어서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여전히 단조로운 비트는 조금 아쉽다.
아무런 비트 없이 잔잔한 기타 선율과 차분한 보이스로 시작되는 "HILLBILLY MAN" 은 초반의 차분한 분위기에서 중반부에 갑자기 비트가 등장하며 곡의 반전을 이끈다. 특이한점은 비트가 들어감에도 보이스의 느낌이나 전체적인 곡의 느낌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차분하다는 점인데, 비트가 나옴과 동시에 뭔가 좀 빨라지는 느낌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끝까지 차분하게 들어야만 하는 트랙이다.
게임음악을 연상시키는 네번째 트랙 "Detroit" 고릴라즈 라는 밴드가 가상의 그래픽 밴드 ( 네명의 디자인된 그래픽 멤버들로 구성) 라는 점을 감안할때 이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곡은 바로 이런 느낌의 트랙이 아닐까 싶다. 가만히 눈을 감고 네명의 만화 캐릭터가 각자의
파트를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듣기에 좋은 트랙이다.
몽환적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라앉아있는 느낌의 트랙 "Shy-Town" 에선 방금의 흥겨움과 귀여움은 어디가고 마치 아주 조금의 햇빛만이
들이비치는 지하 골방에서 흐느끼며 속삭이는 느낌의 음악을 보여주고, 이러한 느낌은 바로 다음 트랙인 "Little Pink Plastic Bags"
에까지 이어져, 듣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절한 무기력함을 선사한다.
기계음의 집합체라고도 할수 있을법한 "THE JOLPIN SPIDER" 에선 정신없는 기계음들 사이에서 조그마한 일관성을 찾아내는 재미를
발견해낼수 있고, "THE PARISH OF SPACE DUST" 에선 가슴벅찬 감정과 우울한 감정들이 누가 먼저랄것없이 동시에 귀를 자극한다.
달라스에서 뱀이라도 만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THE SNAKE IN DALLAS" 를 지나 패션쇼 혹은 일렉 클럽에서 아주 가끔
들어본적이 있는듯한 느낌의 "AMARILLO" 까지, 공통적인 고릴라즈의 느낌은 우울함과 차분함 일색' 이다.
커다란 모니터에 입술들이 가득차 무슨 단어인가를 말하고 있는 비쥬얼이 떠오르는 "The Speak it Mountains" 에선 다시한번 이 그룹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가, 이어지는 "Aspen Forest" 에선 또 제법 밴드의 느낌을 갖추고, 큰 거부감 없이 들을수 있는 음악을
선사하고, 가상 밴드이면서도 피쳐링까지 참여해 제작된 "Bobby in Phoenix" 는 Bobby Womack 의 끈적끈적한 피쳐링이 다시금
이들의 앨범에 귀를 기울이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이러한 편안함도 잠시, 앨범을 마무리하는 "California and the slipping of the Sun" 과 "Seattle Yodel" 두 트랙을 통해, 다시금
이들이 보통 밴드가 아님을 존재하고, 듣는이에게도 커다란 난해함을 선사해주며, 고릴라즈의 The Fall 앨범은 마무리된다.
솔직히 본인을 포함해, 이들의 음악을 처음 감상한 사람이라면, 도대체 이게 뭔가..... 라는 생각을 머리속에서 지울수가 없게된다.
음악이란건 사람마다 호불호가 다르고, 같은 곡, 같은 느낌의 곡을 듣더라도 듣는 사람의 상황과 개인의 가치관, 등등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받고, 평이 달라지기도 하게 마련이니깐.. 이번에 리뷰한 고릴라즈의 앨범 역시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현대 과학이 만들어낸
지상 최고의 가상 밴드 가 될수도 있겠고, 또 한편으로는 아이패드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조잡한 비트와 전자음들을 나열한 트랙의
모음' 이 되버릴수도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들이 인기를 끌수 있었던 이유중 한가지는, 듣기에 크게 거북하지 않은 음악, 다양한 장르,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상의 멤버들이라는 ( 가상이지만 그래픽으로는 각각의 멤버의 이미지가 존재하며, 말도 하고, 발표도 하고 회견도 하고 뭐 그렇다)
유니크한 요소가 가장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여기엔 뮤지션 뿐 아니라 함께 작업하는 카투니스트의 영향도
분명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렇게 10년을 맞이한 가상 그래픽 밴드 고릴라즈, 시대의 변화 흐름에 맞춰 아이패드로 음반을 제작한 그들의 행보가 향후엔 또 어떻게
이어져 나갈지 기대해 보며, 국내에서도 언젠가 아담을 뛰어넘는 가상 뮤지션이 탄생하기를 살짝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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