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제외하고 살면서 3대 통증이 있다고 하면, 요로결석과 통풍, 그리고 치질의 고통이 아닐까요? 누구는 한번도 겪지 않고 지나가는 치질 질환을, 벌써 두번이나 수술을 경험하고 이제는 안심이다 라며 잘 살고 있었는데.. 그 힘든 코로나 시기도 잘 이겨냈는데, 5년만에 다시 항문외과를 방문하게 됩니다.
이전의 수술들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수 있구요.
[일상] - 치질수술에 대한 소회. 통증, 회복기간, 관리방법
저때가 2017년, 첫번째 치질 수술이었는데, 척추마취도 아니고 국소마취에, 입원도 없이 바로 퇴원해서 그날 밤에 울면서 하루를 지샜던 기억이 아직도 나네요. 후기는 없지만 2019년 두번째 수술은 항문농양 수술이었는데, 별다른 증상도 없이 뭔가 이상해서 비뇨기과와 다양한 병원들을 방문하다가 마지막으로 방문한 병원에서 항문농양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2024년, 치루를 의심한건 아니었고 혈전성 외치핵이 의심되어 고민고민하다가 항문외과를 찾았는데, 오히려 치핵은 문제없이 깨끗하고, 치루가 의심된다는 겁니다!!! 바로 항문경 검사와 촉진, 그리고 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치루 확진을 받고.. 그 다음주에 해외 여행이 계획되어 있어서 2주 후에 수술을 하기로 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치루의 경우에는 발견 즉시 수술이 원칙이라고 하네요, 치루가 길을 더 내서 복잡치루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고, 아주 드물지만 치루암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치루라는걸 알게된 이상, 무거운 마음으로 지내는것 보다는 빨리 수술을 해버리는게 좋겠다는 마음으로 수술날짜를 잡았습니다.
드디어 대망의 수술날. 아침 8시30분에 수술 예약이 되어있었고, 제가 수술한 병원은 대형병원은 아니고 개인 병원이었지만 한번 수술을 받아본 경험이 있어서 큰 걱정은 없이, 하지만 엄청난 긴장을 하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수술실로 들어가면 혈압계와 손가락 끝에 기계같은걸 끼우고 반대편 팔에는 수액을 맞으면서 마취 준비를 합니다. 새우처럼 구부리고 있으면 척추쪽에 잠깐 묵직하게 아프고 나서 의사선생님께서 다리쪽이 뜨거워지나요? 라고 물어보시는데 전 별 변화가 없어서 마취가 안되는거 아닌가 하고 엄청 걱정했습니다. 척추 마취는 다리를 만지면 감각은 약간 있는거 같은데 통증은 없는, 그런 마취인듯 했습니다.
수술 자체는 10분 정도만에 끝날 정도로 오래걸리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치루관이 깊지 않아서 괄약근을 많이 잘라낸다거나, 고무줄을 건다거나 하는 과정도 없었구요. 수술과정에서는 통증도 전혀 없었구, 뭔가를 태우는 소리와 냄새만 느껴졌었습니다. 그렇게 수술이 끝나면 옆으로 굴러서 이동식 침대로 이동해서 입원실로 옮겨집니다. 다시 옆으로 포복하는 자세로 굴러서 입원실 침대로 이동하고 6시간은 꼼짝없이 누워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고개를 든다거나 하면 바로 척추마취 후유증으로 두통이 따라온다고 하는데, 전 6시간동안 고개도 안들고 누워있었는데 수술 이후 3일쯤 지나니깐 머리를 숙이면 눈쪽에 엄청난 압통이 따라와서 고생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이 수술 5일차 입니다)
6시간동안 누워만 있어야 하는건 고역이지만, 그래도 핸드폰도 할수 있고 책도 읽을수 있어서 (불편하지만) 시간은 금방 갔던거 같습니다. 잠도 자고요. 6시간이 지나면 일어나도 되고 소변을 본 후에 물을 마시라고 하시는데 이때가 또한번 긴장의 순간입니다. 여기서 소변이 안나오면 무슨 관을 넣어서 소변을 봐야한다고 하더라고요.. 이것도 척추마취의 후유증인가... 전 소변 잘 보고 물도 잘 마셨습니다.
그리고 나면 다음날 퇴원때까지 무통주사를 놓아주는데 일반적으로 무통주사는 통증이 올때 누를수 있게 되어있다고 하던데 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동으로 주사가 흘러들어가는 통에 들어있는 무통주사 였습니다. 덕분에 다음날 아침 퇴원때까지는 큰 통증없이 지낼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음날 아침까지 입원실에서 잘 쉬고, 다음날 아침에 퇴원을 하게 됩니다. 사실 이때까지는 무통주사 영향도 있고, 크게 통증이 없어서 치루수술 별거 아니네 ' 하고 생각하고 퇴원했는데, 집에 돌아와서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조금씩 올라오긴 합니다. 분비물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거즈를 끼워둬야 하는것도 여간 불편한게 아니구요. 제일 힘들때는 용변 볼때인데, 치루수술의 경우는 수술부위에 새살이 차오르게 하기 위해서 봉합없이 수술부위를 열어두기 때문에, 용변시에 이부분이 정말 많이 쓰라립니다. ㅜㅜ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지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제일 아픈 순간이 바로 이때인것 같네요.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용변을 보기 전 후로 따뜻한 물로 좌욕을 하시면 통증이 경감되는 효과를 보실수 있습니다.
수술 후에는 꾸준한 좌욕이 필수입니다. 저도 수술후에 바로 물이 닿아도 되나 싶었는데, 괜찮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꾸준히 좌욕을 해주고 있습니다. 너무 뜨거운 물로 하면 화상위험이 있으니 적당한 온도로 하시는게 좋고, 요즘은 무슨 원적외선 좌욕기에 뭐 다양하게 많은거 같은데 전 위 사진의 플라스틱 좌욕기로 충분한것 같습니다.
이렇게 저의 치루 수술은 잘 마무리 되었고 오늘이 수술 후 5일차 입니다. 아직은 통증이 있긴 하지만 꾸준히 좌욕하고 드레싱하러 병원도 가고, 유산균이랑 식이섬유 꾸준히 먹어주면서 회복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글을 읽고 계신분들이라면 뭔가 항문 관련 질환이 걱정되시는 분들이실텐데, 아무리 인터넷 검색해봐야 소용없고 하루빨리 항문외과에 방문해서 진료를 받아보시는걸 추천 드립니다. 치질이라도 종류가 많고, 무조건 수술만 권하는것도 아니기 때문에, 약이나 생활습관 개선으로 충분히 좋아질수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빠른 병원 방문을 추천 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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